국내 대표적인 한 인터넷쇼핑몰은 지난 2ㆍ4분기에 판매고 기준으로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쇼핑몰이 신 유통채널로 등장하기 시작한지 5년여만의 일로, 구매력 측면에서 엄청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연간 4000억원대 매출이고 보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는 어지간한 오프라인 유통업체 못지 않다.
그러나 인터넷쇼핑몰업계는 이처럼 강력한 구매력을 창출하고 있는 데도, 여전히 제조업체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특히 대기업 가전업체들에 대해서는 `을(乙)'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ㆍLG전자가 중심인 국내 가전시장은, 이들이 구축하고 있는 오프라인 전국유통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제조 대기업은 자사 유통망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인터넷쇼핑몰에 공급하는 제품 가격을 오프라인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쇼핑몰 가전담당 MD들은 제조업체 공급 담당자들로부터 "이 가격에 가져가려면 가져가고, 싫으면 말라"라는 식의 말을 자주 듣는다고 토로한다. 인터넷쇼핑몰 중에서 단 1원의 차이도 잡아내는 가격비교사이트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과도 차별화하지 못한 가격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없다. MD들로서는 난감할 뿐이다.
이와 관련, 인터넷쇼핑몰 업계는 "제조업체들이 유통채널별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은 유통단계의 축소, 무점포에 따른 매장운영비용 축소 등 오프라인과는 차별적 요소가 존재한다. 따라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유통망에 대해 동일한 가격관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변하면 시장도 따라 바뀐다.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는 이같은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고 먼저 변해야 한다. 신 유통채널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고, 언제까지 자체대리점망 보호에만 신경을 쏟을순 없을 것이다. 앞으로 분기별 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인터넷쇼핑몰이 속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다양성에 기반을 둔 온라인유통채널이 시장을 주도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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