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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자는 약하나 아내는 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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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9/01 (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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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양동현
파일첨부 : 11_7.jpg |
조회수 : 1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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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인 CEO, 여자는 약하나 아내는 강했다
[이코노믹리뷰 2004-09-01 11:03]
지난 1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YWCA 강당에서 수십여 명의 여성계 관계자들이 ‘현정은 회장을 지키기 위한 여성들의 모임(약칭 현지모)’라는 이색 주제의 모임을 가졌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모임의 주인공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었다. 당시 현 회장은 시삼촌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치르며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남편 정몽헌 회장의 급작스런 자살로 공중에 뜬 현대그룹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나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시삼촌에게 경영자로서 가업 계승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말까지 들은 그였다. 그런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 혹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여성계가 백기사로 나선 것이었다.
참석자 가운데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현 민주당 의원)은 “여성이 사회로부터 부당하고 억울한 대우를 받게 되면 이제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참석자들은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할 청원서를 채택하고 여성들을 대상으로 현 회장 지지 서명운동과 현대엘리베이터 주주 되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현 회장도 답사를 통해 “여성계의 관심과 성원이 큰 힘이 됐다”며 혼신의 노력을 다해 당당한 여성 경영인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싶다”면서 “여성 경영인으로서 당당히 서는 것을 돌아가신 정몽헌 회장의 뜻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7개월여가 흐른 지난 8월 18일 오전 전경련 회관에 나타난 현정은 회장은 자신감에 찬 표정의 당당한 여성경영인으로 변신해 있었다.
현 회장은 이날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 500여 명의 참석자 앞에 섰다. 그리곤 “꿈과 희망을 향한 도전과 창조적 예지로 풍요로운 내일을 창조한다는 경영이념을 제시한다”면서 2010년 매출 20조원 달성을 통한 재계 10위권 진입을 담은 ‘새로운 비상, 현대2010!’ 비전을 선포했다.
현 회장은 이를 위해 기존 사업구조 고도화 및 경쟁력 강화, 新 성장산업의 발굴과 육성이라는 양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전략과 함께, 인류와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의식 제고, 윤리경영의 강화 등 질적인 측면에서의 발전전략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또한 이사회 중심의 경영구조 강화와 전문가 집단의 체계적 양성 등을 통해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전문성도 획기적으로 강화시켜 나가고 현대그룹 60년의 역사가 만들어낸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를 더욱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지난 1년간 보여 주었던 경영자로서의 평가에 대해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경영권분쟁의 일단락과 조직 장악력, 현대아산의 대북관광 사업과 현대상선의 해운업종 호황에 따른 안정적 경영도 긍정적이다.
현 회장은 이로써 주부에서 경영자로 완전하고도 새로운 변신에 성공했으며 초기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말끔히 해소했다.
특히 이날 단상에 올라 현대그룹의 깃발을 흔드는 현 회장의 모습은 현 회장 자신이 존경하는 기업인이라고 말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을 닮았다.
그리고 이 모습에 남다른 감회를 느낀 여성 기업인들이 있다. 바로 현 회장처럼 기업경영에 매진하던 남편의 타계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영현장에 뛰어들게 된 여성기업인(해당 기업인에게 누가 되는 용어지만 미망인 경영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미망인 경영자로 애경그룹을 반석위에 올려 놓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창립 50주년이 되는 지난 6월 9일 비전 선포식을 가지면서 현 회장처럼 단상 위에 올라 애경그룹의 깃발을 힘차게 흔들기도 했다.
박경자 회장 제 2의 장영신 되나
<이코노믹 리뷰>가 국내 거래소·코스닥· 기타 법인 가운데 애경그룹 현대그룹을 포함 미망인 경영자가 대표이사 또는 소유주로 있는 14개 기업(그룹을 1개사로 평가)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14개 기업의 경영자 가운데 대부분은 남편이 창업주였으며 경영에는 문외한이었다. 그럼에도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을 제외한 13명은 각 기업, 그룹의 대표이사 회장 또는 사장으로 실질적인 경영 총 책임을 맡고 있었다.
대한전선은 설원량 회장이 지난 3월 18일 타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로 지분상속은 물론 상속세 납부 조건을 놓고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설 회장과 양 고문 사이에는 2남이 있지만 모두 대학생으로 경영수업을 받을 시기도 이르다. 설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대한전선 지분 32.44%는 두 아들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따라서 대한전선은 임종욱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고 전문경영인의 과도기 체제에 들어간 상태. 지난 4월부터 고문으로 활동 중인 설 회장의 부인 양귀애 고문은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의 여동생으로 경영마인드는 있지만 당장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계에서는 양 고문이 두 아들의 경영권 이양을 위해 고문이라는 직함 이상으로 그룹의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울트라건설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박경자 회장. 그는 지난 5월 2일 타계한 남편 강석환 울트라건설 회장의 뒤를 이은 케이스. 남편이 건설업계의 신화적 인물인 것과 달리 부인은 사회활동가로 상반된 경력을 갖고 있다.
고 강 회장은 한양대 건축학과와 미국 웨스턴대(공학박사)를 나와 현대건설 벽산건설 등을 거친 후 도미(渡美), 84년 울트라콘을 세운 이후 미국에서 사업을 벌이다 2000년 유원건설(후에 울트라건설로 개명)을 인수하면서 금의환향했다. 울트라건설은 조직·인력·사업 등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 매출 1,5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변신했다.
한편 부인인 박경자 회장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지만 사회복지법인 한국여성의집 관장, 대학 강사 등 사회사업가로 많이 알려져 있었다. 이들 부부는 1남 3녀를 두었으며 막내인 외아들이 미국에서 공부 중이며 장녀는 출가, 차녀는 미국 현지 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경영권을 물려받을 입장이 아니어서 박 회장이 상당 기간 회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오히려 사업수완을 발휘할 경우 제 2의 장영신 회장과 같은 성공한 미망인 경영자가 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선생님에서 졸지에 기업체 CEO로
1월 ‘현지모’ 모임을 마치고 현정은 회장과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사진에 포착된 김혜정 삼경정보통신 사장은 유치원 원장님을 겸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김 사장은 대학에 세 번이나 합격하고도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결혼 후 분식집을 하면서 돈을 모아 방송통신대 유아교육과를 나와 유치원을 설립했다.
남편의 교통사고로 회사를 운영하게 된 때가 지난 1995년. 김 사장은 98년 세계 최초로 우편 무인창구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회사발전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김 회장은 특히 높은 학구열과 왕성한 사회활동을 펴, 한양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IT여성기업인협회장, IT중소벤처기업연합회 부회장 등 여러 명함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의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김 사장이 현정은 회장의 후원자를 하게 된 동기도 남편 사후에 지분 싸움이 붙었을 때 무척 고생한 경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시 남동구에서 조명기기 제품을 생산하는 진영산업의 최춘옥 사장은 고교 교사출신이다. 70년 인천고등기술학교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듬해인 71~77년까지 7년 동안 같은 학교 의상과 주임교사로 일했다.
평범한 주부에서 CEO로 변신한 계기는 진영산업을 창업한 남편이 95년 사망하면서부터. 진영은 중장비인 굴삭기 안에 들어가는 컨트롤박스를 제조하는 업체로 여성이면서 비이공계 전공자에겐 어려운 분야.
결국 각고의 노력을 거친 끝에 이제는 숙달의 경지에 왔고 전자식안정기와 삼파장램프 등 형광등기구 생산에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부품 레미콘 골판지…금녀의 벽 허물다
김현숙 경신공업 사장은 장영신 회장과 같은 68세로 1세대 성공한 미망인 경영자이며 원로 여성경제인 중의 한 명이다. 경신공업은 지난 74년 한국 최초로 자동차 배선을 생산한 국내 최대 자동차 배선 업체.
김 사장은 85년 창업주이자 남편인 고 이기홍 사장이 건강 악화로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경영일선에 뛰어들었다. 워낙 생소한 품목이라 초창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임직원들의 도움으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겸 인천지회장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및 창업촉진을 위해 앞장서 일해 왔다.
심계진 천마콘크리트 회장도 60대 중반을 넘긴 불굴의 여성 CEO로 통한다. 천마는 중소레미콘업계의 선두주자로 고품질의 레디믹스드 콘크리트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심 회장은 지난 84년 남편이 사망하자 사업에 뛰어든 이후 한시도 현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열혈 CEO. 천마는 현재 레미콘업체 1위로 작년 4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강남구 세곡동에 1,500여 평 규모의 공장이 있다.
심 사장은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다니면서 3,000만원의 거액을 발전기금으로 기탁했으며 밝은 사회 국제클럽의 부총재를 맡는 등 사회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골판지를 제조 판매하는 동진포장의 민금옥 사장. 그녀는 결혼 전 다니던 회사를 남편과 같이 인수해 새로운 회사로 발전시켰다. 동진포장은 93년 4월 설립 이후 96년에 자동 톰슨기 및 3도 프린트기를 설치하여 자동화 생산라인을 이루었다. 97년에 병역특례 업체로 지정을 받아 산업 일꾼을 양성하고 있고, 특수 골판지로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였다.
김명자 삼보산업 회장은 1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남편이 운영하던 골재 회사인 삼보산업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후 현재 건실한 2개 기업으로 일구었다. 김 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직접 공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의지와 화합을 다졌으며 레미콘회사인 백록레미콘을 인수, 제주에서 유일한 여성 레미콘 사업가로 변신했다.
여성의 세심한 경영, 빛을 발한다
푸른상호신용금고, 사조마을, 사조축산 등을 계열사로 둔 푸른그룹의 구혜원 회장은 지난 99년 남편인 주진규 회장이 작고한 후 지금까지 푸른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다.
구 회장은 대표적인 감성경영자로 통한다. 직원들로 구성된 합창단 푸른코러스, 일반 주부들로 구성된 푸른여성합창단 등을 운영하며 음악을 매개로 조직내, 기업과 고객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예금유치를 위해 직접 영업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다.
구 회장은 구평회 E1 명예회장(전 LG그룹 창업고문)의 3남 1녀 중 막내 딸로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석사, 이화여대 박사(교육공학) 학위를 취득하고 동국대 한양대 이화여대에서 강사를 지낸 교수출신이다.
대구 신진택시 김은옥 사장은 지난 94년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유업으로 사업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회사 매각까지 고려하던 그가 고안한 것은 세심함과 감성이 들어간 경영이었다.
김 사장은 사장실을 개방하고, 직원들과의 1대 1 독대를 통해 사원들의 의견을 들었으며 택시를 고급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였다. 신진택시는 2000년 택시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대구광역시로부터 노사화합상을 수상했다.
전북 부안 현대상호저축은행의 신행숙 사장도 지난 98년 사별한 남편의 뒤를 이어 사장에 취임했다. 신 사장은 인근 재래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무의탁노인 등 불우이웃 돕기에도 앞장서는 밀착형 감성경영을 펼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창업주 남편의 사망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 미망인 경영자들은 대부분 취약한 전문지식과 경험, 내부 조직의 반발과 시장의 냉소적 반응 등을 필연적으로 겪는다. 결국 이런 난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성공한 또는 실패한 경영자로 평가받게 된다.
특히 조직간 지분간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되는 대기업에서 더욱 그렇다. 남편의 유훈과 가업을 잇는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세습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은 이유이다.
단지 회사의 지분이나 경영권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명, 수천여명의 생계가 걸린 기업경영에 나설 경우 자칫 기업 투명성을 해치고 독단적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 업체의 경우 여성 기업주가 생산·재무·인사 등에 전권을 휘두르는 바람에 간부들이 불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또한 일부 기업의 경우 창업주 자녀들의 나이가 어려 경영권 후계구도가 정착되기까지 전문경영을 과도체제로 운영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현정은 회장을 위한 현지모의 경우 개별 기업의 지분 싸움을 여성계가 여성차별을 내세우면서 여성운동으로 접근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반면 경영자의 무한책임이 요구되는 중소·영세기업체에서는 책임경영 측면에서 소유경영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 세습만을 목적으로 한 미망인들의 무리한 경영참여는 자제되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기업의 전환기에 경영일선에 나선 만큼 조직내부나 시장에서 출신이나 성별이 아닌 경영자로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stanle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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