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인상] 얼어붙은 소비 더 꽁꽁
서민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거나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버스요금,전기요금,상하수도요금,쓰레기 봉투값에서 수업료,공원 입장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서민들은 각종 세금 인상에 이은 공공요금 인상으로 살기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장기불황으로 소득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비소비성 지출인 공공요금의 인상은 다른 소비 지출을 제약할 뿐더러 소비 심리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늘어나는 교통비-버스,택시,경유값 인상=당장 버스와 택시 요금뿐 아니라 경유값도 인상될 전망이어서 교통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버스요금은 서울시가 지난 7월 교통카드 기준 기본 요금을 650원에서 800원으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전북 전주시가 지난달 말 700원에서 850원으로 인상했다. 또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제주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지난달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버스요금을 올렸고 경북 경남 강원 등 나머지 광역자치단체들도 내년 초 버스요금을 올릴 예정이다.
서울 등 5대 도시의 택시 운송조합은 “2001년 9월 이후 요금이 동결돼 왔다”며 경영난을 이유로 내년 2∼3월쯤 택시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준비중이다. 서울의 경우 28% 인상을 요청했다.
자가 운전 비용도 껑충 뛴다. 정부는 내년 경유승용차 시판에 따른 환경 오염 증가를 이유로 현재 휘발유값의 70% 수준인 경유값을 8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어서 경유값 인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휘발유 가격 부담 때문에 경유차를 구입했던 사람들이나 경유차를 이용한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내년부터 10인승 이하 승합차는 승용차로 분류돼 자동차 세금이 현재보다 5배 가량 뛴다.
◇주거비도 껑충 뛸 듯=전기요금,상하수도요금,난방비 등 주거에 필수적인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한전은 최근 “연료비 상승으로 5∼6% 인상요인이 생겼다”며 “연말에 정부와 인상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하수도요금도 서울시가 내년 4월쯤 하수도요금 인상을 준비중이며,이미 춘천시가 상하수도요금을 각각 9%,7.4% 올리기로 결정했다. 쓰레기봉투값도 서울 강남구가 인상을 추진하는 등 전국적인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정 난방비도 올랐다. 서울 시내 액화천연가스(LNG) 공급가격이 지난달부터 6.2% 오르는 등 전국 도시가스 공급가격도 비슷한 폭으로 상승,12월부터 각 가정은 인상된 요금을 내야 한다.
자녀의 기본 교육비 부담도 커지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5일 공?사립 고교의 분기당 수업료를 31만9800원에서 33만5700원으로 5% 인상했다고 밝혔다. 각 시·도 교육청도 조만간 수업료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담뱃값 인상안도 국회 상임위(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상태로 이르면 이달부터 500원씩 오른다. 또 문화재청은 경복궁 창덕궁 등 서울 5개 궁의 입장료를 현행 1000원에서 3000∼5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더 위축될 소비지출=문제는 소득은 뻔한데 이처럼 생활에 기본적인 주거비나 광열수도비 등 공공요금이 뛸 경우 서민 가계의 소비 여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박사는 “공공요금이나 세금 등 비소비성 지출 비중의 증가는 다른 소비를 제약해 내수 부진 요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면서 “더욱이 소득 증가가 미미해 가계 지출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현상은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버스요금,상하수도요금 등은 엄밀하게는 비소비성 지출은 아니지만 넓게 보면 생활에 필수적인 성격 때문에 다른 소비를 줄이게 만드는 비소비성 지출이라는 설명이다.
회사원 김모(44)씨는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재산세 등 각종 세금과 주거광열비가 오르고 있어 서민들은 살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모든 문제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가하는 요금인상으로 해결하는 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마른 걸레 쥐어짜기’라는 것이다.
손영옥기자 yosohn@kmib.co.kr
|
|
